쿄고쿠 나츠히코(京極 夏彦, 1963년 3월 26일 ~ )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요괴 연구가,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홋카이도 오타루시 출신으로, 현대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민속학, 논리학, 심리학 등을 미스터리 서사와 결합하여 고유의 장르를 개척했으며, 방대한 지식과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 소위 ‘백귀야행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1994년 소설 『우부메의 여름』으로 데뷔하였다. 당시 광고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그는 바쁜 업무 와중에도 틈틈이 써 내려간 원고를 코단샤 편집부에 투고했고, 원고를 읽은 편집자가 그 자리에서 출간을 결정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데뷔작인 『우부메의 여름』은 기괴한 전설과 과학적인 추론이 맞물린 독특한 전개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 후속작인 『망량의 상자』가 제49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하며 거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쿄고쿠의 작품 세계는 ‘요괴’라는 초자연적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결국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인간의 심리와 논리가 존재함을 증명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의 페르소나와 같은 주인공 추젠지 아키히코(쿄고쿠도)는 “이 세상에는 이상한 일 따위 아무것도 없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얽힌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소하는 ‘제령(憑物落とし)’의 과정을 수행한다. 작가는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이를 철저히 합리주의적 시각으로 해부하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취한다.
그의 작품은 압도적인 분량으로도 유명하다. 소설 한 권의 두께가 벽돌에 비견될 정도로 두껍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는 방대한 배경 지식과 장황할 정도로 치밀한 문답이 포함된 작가 특유의 문체에서 기인한다. 또한 그는 소설 집필 외에도 책의 디자인과 조판까지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요괴 문화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세계 요괴 협회의 이사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웃는 이에몬』으로 제25회 이즈미 교카 문학상을, 2004년 『후항설야화』로 제130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는 본격 미스터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기괴 문학, 공포 소설, 시대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일본 현대 문학에서 요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대중화시킨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그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이식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