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라 폰 로젠(Karla von Rosen)은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의 중편 소설 『토니오 크뢰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다. 그녀는 주인공 토니오 크뢰거의 가까운 친구이자 조언자로 설정되어 있으며, 직업은 화가이다. 뮌헨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출신의 여성 예술가로서, 작품 내에서 토니오의 예술적 고민과 내면의 갈등을 가장 잘 이해하고 들어주는 청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카를라는 토니오 크뢰거가 성인이 된 후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지적인 동료이다. 그녀의 화실은 토니오가 자신의 예술관과 삶에 대한 회의를 가감 없이 털어놓는 공간이 된다. 카를라는 토니오의 장황한 고백과 예술가로서의 자의식 과잉을 인내심 있게 지켜보며, 때로는 냉철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그에게 객관적인 조언을 건넨다.
작품 내에서 카를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토니오 크뢰거의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데 있다. 그녀는 토니오의 고뇌 어린 고백을 다 들은 뒤, 그를 향해 "당신은 길을 잃은 시민(Bürger auf Irrwegen)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이 정의는 토니오가 느끼는 소외감의 근원을 꿰뚫는 것으로, 예술적 세계에 완전히 속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그의 이중적인 처지를 명확히 짚어낸다.
성격적인 측면에서 카를라는 독립적이고 지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내적 방황을 겪는 토니오와 대비를 이룬다. 카를라는 토니오가 북방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예술가로서의 소명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지주와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카를라 폰 로젠은 단순한 조연을 넘어, 작가 토마스 만이 예술과 생(生) 사이의 대립이라는 주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배치한 상징적 인물이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토니오는 자신의 본질이 시민적 도덕성과 예술적 심미성 사이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카를라는 주인공이 자아를 확립하고 내면의 성숙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