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형흡충

창형흡충(Dicrocoelium dendriticum)은 흡충강 이강흡충목 창형흡충과에 속하는 기생충으로, 주로 소, 양, 염소 등 초식동물의 간 내 담관에 기생한다. 몸의 형태가 가늘고 긴 창(Lancet)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창형흡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성충의 길이는 보통 6~12mm, 너비는 1.5~2.5mm 정도이며, 몸이 투명하여 육안으로도 두 개의 고환과 난소,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자궁 등의 내부 기관을 관찰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특히 초지가 발달한 유럽, 아시아, 북미 지역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기생충의 생애 주기는 매우 독특하며 두 단계의 중간숙주를 거치는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종숙주의 분변과 함께 배출된 창형흡충의 알은 제1중간숙주인 육상 달팽이에 의해 섭취된다. 달팽이의 체내에서 부화한 유충은 미라시듐과 스포로시스트 단계를 거쳐 세르카리아(유미유충)로 발달한다. 달팽이는 기생충 유충으로 인한 자극을 줄이기 위해 세르카리아를 점액질로 감싸 '점액공(Slime ball)' 형태로 외부에 배출한다.

제2중간숙주인 개미는 달팽이가 남긴 점액공을 수분 섭취나 먹이 활동 과정에서 먹게 되며 세르카리아에 감염된다. 개미의 체내로 들어온 세르카리아 중 한두 마리는 개미의 하신경절로 이동하여 숙주의 행동을 제어한다. 감염된 개미는 기온이 낮아지는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풀잎 끝으로 올라가 턱으로 풀을 꽉 문 채 고정되는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이는 개미가 초식동물에게 먹힐 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생충의 생존 전략으로, 기온이 다시 오르면 개미는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한다.

종숙주인 초식동물이 풀을 뜯는 과정에서 풀잎에 고정된 개미를 섭취하면 감염이 성립된다. 소화기관으로 들어온 피낭유충은 십이지장에서 탈낭한 후 혈관을 거치지 않고 총담관을 역행하여 간 내 담관으로 직접 이동한다. 이는 다른 간흡충류가 간문맥을 거쳐 이동하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담관에 정착한 유충은 약 1~2개월이 지나면 성충으로 발육하여 다시 알을 낳기 시작한다.

창형흡충 감염증은 가축에게 담관 확장, 담관벽의 섬유화, 간경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으나 감염된 기생충의 수가 많아지면 소화 불량, 빈혈,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가축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인체 감염은 개미가 섞인 채소나 오염된 물을 우발적으로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으나 매우 드물다. 또한 감염된 동물의 간을 섭취했을 때 소화되지 않은 알이 대변에서 검출되는 '가성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