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여명》은 1995년 10월 28일부터 1996년 11월 23일까지 KBS 1TV에서 방영된 대하드라마이다. 조선 제25대 왕인 철종의 서거 이후 고종의 즉위부터 대한제국의 멸망에 이르는 구한말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다. 총 100부작으로 기획되어 방영되었으며, 당시 사극의 거장으로 불리던 신봉승 작가가 집필을 맡고 이녹영 PD가 연출을 담당했다.
이 드라마는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의 섭정과 쇄국정책, 그리고 이에 맞서는 개화파 인물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이전의 사극들이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의 고부 갈등이나 개인적인 권력 투쟁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근대화를 이루려 했던 개화파 지식인들의 고뇌와 좌절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유홍기, 김옥균, 박영효 등 개화파 인물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며 조선의 자생적 근대화 노력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배역진으로는 이정길이 흥선대원군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였으며, 하희라가 명성황후 역을 맡아 지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고종 역할은 조재현이 맡아 외세의 압력과 내부의 갈등 사이에서 고뇌하는 군주의 모습을 연기했다. 이 외에도 변희봉, 김갑수, 정보석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김옥균 역의 정보석은 급진 개화파의 풍운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제작 측면에서는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당시의 복식과 가옥, 거리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대규모 세트를 구축하는 등 공을 들였다. 운요호 사건, 임오군란, 갑신정변, 을미사변 등 한국 근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배치하여 시청자들이 역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일본과 청나라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과 외교적 암투를 상세히 묘사하여 당시 조선이 처했던 위기 상황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찬란한 여명》은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정통 사극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평단과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감정적인 서사보다는 역사적 사실 전달과 개화 사상의 전파 과정에 주력함으로써,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사극 중에서도 학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는 후대에 제작된 구한말 배경 사극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