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네로 보르지아(Gennaro Borgia)는 빅토르 위고의 희곡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와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동명 오페라에 등장하는 가공의 주인공이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가문인 보르지아 가문의 일원이자,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의 숨겨진 친아들로 설정되어 있다. 역사적 사실보다는 문학적 상상력에 기반하여 창조된 인물이며, 보르지아 가문의 어두운 유산과 대비되는 순수함과 용기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젠네로는 자신의 출생 배경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나폴리의 한 어부 밑에서 자라났다. 그는 장성하여 베네치아 공화국의 군인이 되었으며, 전장에서 세운 공훈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는다. 그는 가문의 추악한 평판과 상관없이 정직하고 고결한 성품을 지닌 인물로 성장하였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이름 모를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혈육을 찾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살아간다.
극의 갈등은 젠네로가 페라라에서 보르지아 가문의 악행에 분노하며 가문의 문장을 훼손하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그는 성벽에 새겨진 보르지아(Borgia)라는 글자에서 'B'를 깎아내어 '오르지아(Orgia, 난교)'로 바꾸어 놓았고, 이로 인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죄로 체포된다. 루크레치아는 범인이 자신의 아들임을 모른 채 엄벌을 요구하다가, 뒤늦게 그가 젠네로임을 확인하고 정체를 숨긴 채 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비극적인 결말은 젠네로가 네그로니 공주의 연회에 참석하면서 정점에 이른다. 루크레치아는 자신과 아들을 모욕했던 베네치아 청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연회 음식에 독을 탔으나, 그 자리에 젠네로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루크레치아는 아들에게만 해독제를 마시라고 애원하며 자신이 그의 어머니임을 밝히지만, 젠네로는 동료들을 죽게 한 어머니의 죄에 절망하며 해독제 복용을 거부한다. 결국 젠네로는 루크레치아의 품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젠네로 보르지아는 부모의 죄업이 무고한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비극적 운명을 체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권력과 탐욕으로 얼룩진 보르지아 가문의 일원이면서도 그 가치를 거부하다가, 결국 그 가문의 손에 의해 희생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이러한 서사적 장치는 관객으로 하여금 가해자인 루크레치아의 인간적인 고통과 상실감을 극대화하여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