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복

정구복(鄭求福, 1943~)은 대한민국의 역사학자로, 한국 사학사와 사상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한국 역사학의 거목인 이기백 교수의 제자로 학맥을 이으며, 한국 전근대사의 사료 비판과 역사 서술 체계 연구에 매진하였다.

그의 주요 연구 분야는 한국 사학사이다. 특히 고려와 조선 시대의 역사 인식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그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대 역사가들이 어떠한 사상적 배경과 문제의식 아래 역사를 기록했는지를 탐구함으로써 한국 역사학의 내적 발전 과정을 규명하고자 노력하였다.

정구복의 학문적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이다. 그는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를 유교적 합리주의 사관의 산물로 재해석하였으며, 근대 민족주의 사학 이후 비판받았던 『삼국사기』의 사료적 가치를 학문적으로 재정립하였다. 그는 『삼국사기』가 중국 사서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역사 전통을 계승한 정통 사서임을 강조하였다.

학술 활동 외에도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국학대학원의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하였다. 한국사연구회 회장 등 학계의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한국 역사학계의 조직적인 발전을 이끌었으며, 전근대 사료의 국역 사업과 체계적인 정리 작업에도 큰 공헌을 세웠다. 그의 연구는 한국 사학사가 학문적 체계를 갖추는 데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다.

정구복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관점에서 한국사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였다. 그가 정립한 사학사적 방법론과 한국 고대 및 중세사에 대한 통찰은 오늘날 한국사 연구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특히 역사 서술 자체를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파악하는 그의 시각은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