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식

정광식(鄭光植, 1970~)은 대한민국의 현대 미술가이자 조각가로, 돌이라는 단단한 매체를 활용해 회화적 풍경을 구현하는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선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조각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 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며 기술적 토대와 예술적 안목을 넓혔다. 전통적인 조각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한국 현대 조각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는 '풍경(View)'이다. 정광식은 주로 검은 화강석이나 오석을 재료로 삼아 대지의 형상을 조각한다. 돌의 표면을 미세하게 깎아내어 산맥의 능선, 강줄기, 해안선의 굴곡 등 지형적인 특징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뒤,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이나 안료를 채우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기법은 돌이라는 무거운 물성에 시각적 리듬감과 회화적 색채를 부여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조각을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감상하게 만든다.

정광식의 작품은 주로 부감법(High-angle view), 즉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취하고 있다. 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연과 세상을 조망하게 함으로써 인간이 대자연의 일부임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돌의 거친 질감과 매끄럽게 연마된 면의 대비를 통해 자연의 원시적인 생명력과 현대적인 조형미를 동시에 표현한다. 이러한 시도는 정적인 재료인 돌에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깊이감을 불어넣는 효과를 거둔다.

그는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주요 국공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대형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대중과 만나고 있다. 특히 건축물의 벽면을 장식하는 그의 대형 부조 작업은 공간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며 도시 경관에 예술적 감성을 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론적으로 정광식은 조각의 입체성과 회화의 평면성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 언어를 구축한 작가이다. 차가운 석재를 따뜻하고 서정적인 풍경으로 치환하는 그의 작업은 현대 미술에서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보여준다. 그는 현재도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물질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한국 현대 조각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