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챔피언(Eternal Champion)은 영국의 환상문학 작가 마이클 무어콕(Michael Moorcock)이 창조한 문학적 개념이자 다중우주(Multiverse) 세계관의 핵심 인물이다. 이는 특정 개인이 아닌, 수많은 평행 세계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영혼을 지칭한다. 이 존재는 우주의 질서가 위협받을 때마다 소환되거나 운명적으로 선택되어 투쟁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무어콕은 이 설정을 통해 개별 작품들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 구조 안으로 통합했다.
영원한 챔피언의 존재 이유는 '우주의 균형(Cosmic Balance)'을 유지하는 데 있다. 무어콕의 세계관에서 우주는 질서(Law)와 혼돈(Chaos)이라는 두 힘의 끊임없는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면 우주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며, 이때 영원한 챔피언이 개입하여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챔피언 자신은 대개 평화를 갈구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휘말려 원치 않는 살육과 전쟁을 반복해야 하는 비극적인 숙명을 지닌다.
이 영혼이 현신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멜니보네의 엘릭(Elric of Melniboné), 코룸(Corum), 도리안 호크문(Dorian Hawkmoon), 에레코제(Erekosë) 등이 있다. 특히 에레코제는 자신이 전생에 영원한 챔피언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로 묘사되어, 다중우주를 관통하는 고통스러운 기억과 정체성의 혼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면 엘릭은 마검 스톰브링어를 사용하는 허약한 황제로 등장하여 장르 문학 사상 가장 독창적인 반영웅(Anti-hero)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영원한 챔피언의 곁에는 대개 두 가지 상징적인 요소가 동행한다. 하나는 '검은 검(Black Sword)'으로 대표되는 강력하면서도 저주받은 무기이며, 다른 하나는 '동행자(Companion to Champions)'라고 불리는 조력자이다. 동행자 역시 영원한 챔피언처럼 여러 세계에서 자리아 코넬(Jhary-a-Conel) 등의 이름으로 환생하며 주인공을 돕는다. 이들은 서로를 보완하며 운명에 맞서지만, 결과적으로는 영원한 투쟁의 반복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영원한 챔피언 연대기는 현대 판타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권선징악의 구도를 탈피하여 도덕적 모호함과 허무주의적 색채를 도입했으며, 다중우주라는 개념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이후 다양한 서브컬처 작품들 속에서 신성과 마성, 질서와 혼돈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무어콕의 이 방대한 서사는 영웅의 정의를 재정립하고 운명에 속박된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탐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