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키는 오노 후유미의 소설 《십이국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로, 안주국(雁州國)의 기린이다. 본명은 로쿠타(六太)이며, 겉모습은 10대 초반의 금발 소년 형상을 하고 있다. 그는 안국의 국왕인 쇼류(소류)를 선택하여 500년 넘게 나라를 통치해 온 현 보정(輔政)으로, 작중에서 케이키와 더불어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기린 중 한 명이다.
그는 태과(胎果) 출신으로, 일본의 전국 시대에 태어났다. 극심한 기근과 전쟁의 와중에 부모에게 버림받아 아사하기 직전, 여괴인 로쿠타에 의해 십이국기의 세계로 건너오게 되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비극적인 경험은 그에게 왕과 국가라는 체제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심어주었으며, 기린임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통치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엔키는 처음에 왕을 선택하기를 거부하고 다시 봉래(일본)로 도망쳤으나, 그곳에서 영지를 잃고 방랑하던 소마츠 나오타카(쇼류)를 만나게 된다. 나오타카의 기량과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확인한 엔키는 그를 안국의 왕으로 선택한다. 이후 두 사람은 전란으로 황폐해졌던 안국을 십이국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이자 번영하는 국가로 재건하는 데 성공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주종 관계를 넘어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지이자 친구 같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다.
성격 면에서 엔키는 다른 기린들과 달리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매우 자유분방하며 실용적이다. 기린 특유의 고결함이나 고지식함보다는 현실적인 판단력을 중시하며, 때로는 독설을 내뱉거나 장난기 섞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면에는 기린 본연의 자비심을 간직하고 있어, 경동국 왕인 요코가 자리를 잡도록 돕거나 행방불명된 타이키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타국의 비극에도 깊이 관여하며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엔키는 기린의 숙명인 '실도(失道)'에 대해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며, 왕이 실정을 저질러 백성이 고통받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는 안국이 오랫동안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쇼류의 곁에서 때로는 직언을 서슴지 않는 조언자로 자리한다. 그의 존재는 십이국기 세계관 내에서 기린과 왕이 어떻게 상호보완하며 국가의 기틀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