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틸러리맨

어틸러리맨(The Artilleryman)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공상과학 소설 『우주 전쟁』(The War of the Worlds)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화성인의 지구 침공 과정에서 주인공인 '나'와 두 차례 조우하는 포병 부대 소속의 군인으로, 작중에서 재난에 직면한 인간의 심리적 변화와 사회적 타락을 상징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첫 번째 만남은 화성인의 첫 번째 실린더가 추락한 워킹 인근의 호셀 공원 근처에서 이루어진다. 그는 화성인의 열광선 공격으로 인해 자신이 속한 포병 부대가 전멸당하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로 등장한다. 당시 그는 극심한 공포와 충격에 빠진 상태였으며, 주인공의 도움으로 기운을 차린 뒤 화성인의 압도적인 무력에 대해 경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소설의 후반부인 퍼트니 힐에서 다시 나타난 어틸러리맨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는 화성인이 지구를 완전히 지배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급진적이고 냉소적인 생존 계획을 설파한다. 그는 나약한 인간들은 화성인의 가축이 될 것이라고 비하하며, 선택받은 강한 인간들이 하수도와 같은 지하로 숨어들어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고 훗날 화성인의 기술을 탈취해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실천이 동반되지 않은 허황된 망상임이 곧 밝혀진다. 그는 거창한 계획을 늘어놓으면서도 실제로는 땅을 파는 고된 노동을 기피하며, 술을 마시거나 카드 게임을 즐기는 등 나태한 생활에 안주한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그의 웅변에 감화되기도 하지만, 곧 그가 현실 도피적인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아무런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떠나게 된다.

어틸러리맨은 거대한 재난 앞에서 개인이 겪는 정신적 붕괴와 그로 인한 자아 비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그는 종교적 광기에 사로잡힌 부목사와 대조를 이루면서도, 결국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망상 속에서 자부심을 찾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낸다. 이는 작가인 웰스가 당시 사회의 다윈주의적 사고관과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적으로 투영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