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이러스'는 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바이러스를 지칭하는 별칭이다. 이 명칭은 해당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높게는 100%에 육박하며, 현재까지 효과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양돈 산업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히는 특성에서 기인했다. 감염된 돼지는 고열, 식욕 부진, 출혈성 증상을 보이며 대부분 수일 내에 폐사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아스파바이러스과(Asfarviridae)에 속하는 이중가닥 DNA 바이러스로,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크기가 크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동물의 분비물, 배설물, 혈액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파되거나, 오염된 사료, 장비, 의복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파된다. 또한 물가 거미류인 '물가진드기'가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여 방역에 큰 어려움을 준다.
이 바이러스가 '악마'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극한의 환경 저항성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저온에 매우 강하여 냉장육에서는 수개월, 냉동육에서는 수년 동안 생존할 수 있다. 훈제나 염장 처리된 육가공품 내에서도 사멸하지 않고 살아남는 특성이 있어, 오염된 돼지고기 제품이 국가 간 이동을 통해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주요 경로가 된다. 가공된 소시지나 육포 등을 통해 국경을 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는 이유다.
경제적 파급 효과 측면에서도 매우 위협적이다. 2018년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 돼지고기 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으며, 수억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는 비극을 낳았다. 한 국가에서 발생할 경우 국제 교역이 즉각 중단되므로 축산업 전반에 걸쳐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나,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이 높고 면역 회피 기전이 정교하여 상용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감염된 개체의 신속한 살처분과 농장 단위의 철저한 소독, 외부인 통제 등 생물 보안(Biosecurity)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대응책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