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피스(Apophis) 또는 아펩(Apep)은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어둠과 혼돈, 파괴를 상징하는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존재이다. 그는 태양신 라(Ra)의 영원한 숙적이자 우주의 질서인 마트(Ma'at)를 위협하는 악의 화신으로 간주된다. 아포피스는 창조 이전의 원초적인 혼돈에서 기원했다고 전해지며,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묘사된다.
매일 밤 태양신 라가 태양의 배를 타고 지하 세계인 두아트(Duat)를 여행할 때, 아포피스는 태양을 집어삼켜 세상을 영원한 어둠 속에 가두려 시도한다. 아포피스의 화신은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 자신의 눈빛만으로 라와 그를 호위하는 신들을 최면에 빠뜨리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어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천둥과 지진은 아포피스의 몸부림이나 포효가 지상에 투영된 현상으로 해석되었다.
이집트인들에게 아포피스는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물리치고 억제해야 할 공포의 상징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사제들은 태양신 라를 돕기 위해 '아포피스를 물리치는 법'이라는 마법서에 기록된 의식을 집행했다. 이들은 아포피스의 화상을 왁스로 만들어 짓밟거나 불태우고, 그의 이름을 붉은 잉크로 써서 지우는 등의 의식을 통해 혼돈의 힘이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기도했다.
아포피스의 외형은 주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뱀이나 용으로 묘사되지만, 때로는 악어나 다른 괴수의 형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는 칼에 찔리거나 토막이 나더라도 다음 날 밤이면 다시 살아나 태양의 배를 습격하는데, 이는 악과 혼돈이 완전히 절멸될 수 없으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현대에 이르러 아포피스의 이름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소행성 99942에 붙여지는 등,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이나 파멸적인 힘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각종 판타지 문학이나 게임 매체에서도 아포피스는 세상의 종말을 가져오는 최종적인 파괴자나 암흑의 신으로 등장하여 그 신화적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