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들(The Son)>은 프랑스의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가 집필한 희곡으로, <어머니>, <아버지>에 이은 그의 '가족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2018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 등 전 세계 주요 무대에서 공연되며 평단과 관객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은 사춘기 청소년의 우울증과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갈등, 그리고 사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관계의 비극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극의 중심 인물은 부모의 이혼 후 심각한 무기력증과 우울감에 빠진 10대 소년 니콜라이다. 학교에 나가지 않고 방황하던 니콜라는 어머니 안느의 집을 떠나 아버지가 새로 꾸린 가정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아버지 피에르는 아들을 돕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며 새로운 아내 소피와 갓 태어난 아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쓰지만, 니콜라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통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작품은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대하는 가족들의 서로 다른 태도와 그로 인한 소통의 부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피에르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며,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훈육과 이성적인 설득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시도한다. 반면 니콜라는 자신의 고통을 명확한 언어로 설명하지 못한 채 절망의 늪으로 빠져든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상대의 고통에 닿지 못하는 비극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들>은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는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팽팽한 대화의 긴장감에 집중한다.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서술 방식이나 인물의 내면 심리를 투영하는 연출적 장치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니콜라가 느끼는 불안과 고독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특히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긴장감은 충격적인 전개를 맞이하며, 관객에게 자녀의 정신적 건강과 부모의 책임,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연극은 현대 사회에서 급증하는 청소년 우울증 문제와 가족 해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플로리앙 젤레르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단순한 연극적 재미를 넘어, 현대인이 직면한 정신적 고립과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드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