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바렛(Syd Barrett, 본명 로저 키스 바렛)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창립 멤버이자 초기 리더였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런던의 사이키델릭 록 씬을 상징하는 핵심 인물로, 밴드의 초기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독창적인 작곡 능력과 실험적인 기타 연주 기법을 통해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1967년 발표된 핑크 플로이드의 데뷔 앨범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은 시드 바렛의 천재성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그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기이한 서사, 그리고 피드백과 에코 머신을 활용한 전위적인 사운드를 결합하여 독보적인 사이키델릭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Arnold Layne'과 'See Emily Play' 같은 초기 싱글들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그를 당대 최고의 유망주로 만들었다.
그러나 급격한 명성과 과도한 약물(LSD) 복용은 그의 정신 건강을 빠르게 악화시켰다. 공연 도중 기타를 전혀 연주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거나, 무대 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기행이 잦아지면서 밴드 활동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결국 1968년, 밴드 멤버들은 그의 친구였던 데이비드 길모어를 영입했고, 시드 바렛은 공식적으로 핑크 플로이드를 탈퇴하게 되었다.
탈퇴 이후 시드 바렛은 'The Madcap Laughs'와 'Barrett'이라는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들은 데이비드 길모어와 로저 워터스의 조력으로 완성되었으며, 그의 파편화된 내면과 순수한 감수성이 투영된 독특한 포크 록 스타일을 보여준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대인기피증과 정신적 혼란으로 인해 그는 음악계를 완전히 은퇴하였고, 고향인 케임브리지로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평생 은둔 생활을 지속했다.
시드 바렛의 부재는 핑크 플로이드의 후기 명작들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특히 앨범 'Wish You Were Here'는 그를 향한 멤버들의 그리움과 헌사를 담고 있으며,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주요 테마인 소외와 광기 역시 그의 사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006년 췌장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화가로서 조용히 삶을 마감했으나,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은 사이키델릭 록과 펑크, 인디 록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