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르노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보드카 브랜드 중 하나로, 현재 영국의 다국적 주류 기업인 디아지오가 소유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기원했으나 현재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 무색, 무취, 무미라는 보드카의 전통적인 특징을 가장 잘 구현한 브랜드로 평가받으며, 칵테일 베이스로 널리 사용되어 현대 주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브랜드의 역사는 1864년 표트르 아르세니예비치 스미르노프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증류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표트르 스미르노프는 숯을 이용한 여과 방식을 선구적으로 도입하여 불순물이 적고 깔끔한 맛을 내는 보드카를 생산했다. 그의 보드카는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1886년 러시아 황실의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되었으며, 당시 러시아 시장을 장악하며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면서 증류소는 볼셰비키에 의해 국유화되었고, 스미르노프 가문은 러시아를 탈출해야 했다. 표트르의 아들인 블라디미르 스미르노프는 유럽으로 망명하여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뒤, 브랜드 이름을 프랑스식 철자인 스미르노프(Smirnoff)로 바꾸고 생산을 재개했다. 이후 1930년대에 러시아 출신 미국인 루돌프 쿠네트에게 미국 및 캐나다 내 제조 및 판매 판권을 매각하면서 스미르노프는 북미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초창기 미국 시장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진저 에일과 라임 즙을 섞어 만든 칵테일인 '모스코 뮬'을 탄생시키고 이를 구리 머그잔에 담아 마시는 마케팅이 크게 성공하면서 대중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스미르노프 보드카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증류와 여과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극강의 깔끔함이다. 대표 제품인 스미르노프 레드(No. 21)를 기준으로, 곡물을 발효시켜 3번의 연속 증류 과정을 거친 후 자작나무 숯을 이용해 10번 여과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알코올 특유의 독한 냄새와 불순물이 거의 완벽하게 제거된다. 이러한 순수성 덕분에 다른 음료나 주스 등과 섞었을 때 부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아 바텐더들이 칵테일을 제조할 때 가장 선호하는 기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스미르노프는 오리지널 무향 보드카 외에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린애플, 오렌지, 라즈베리 등 과일 향을 첨가한 가향 보드카 시리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맥주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도록 미리 혼합되어 병에 담겨 나오는 알코올 음료인 '스미르노프 아이스'를 출시하여 보드카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었다. 대중적인 가격대와 일관된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마시는 보드카 마티니의 베이스로 등장하는 등 대중문화 속에서도 확고한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