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기는 일본의 전통 보드게임으로, 인도의 차투랑가에서 기원한 체스류 게임의 일종이다. 서양의 체스나 한국의 장기와 뿌리를 공유하지만, 일본 독자적인 규칙이 정립되면서 독특한 발전 과정을 거쳤다. 두 명의 대국자가 9행 9열의 격자가 그려진 판 위에서 각자 20개의 기물을 가지고 승부를 겨루며, 상대방의 왕(玉将/王将)을 외통수로 몰아 잡아내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에도 시대에 현재의 규칙이 거의 완성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통 보드게임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쇼기의 기물은 오각형의 평면적인 형태를 띠고 있으며, 체스나 장기와 달리 기물의 색깔로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기물의 뾰족한 끝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누구의 소유인지를 결정한다. 기물의 종류에는 왕장, 비차, 각행, 금장, 은장, 계마, 향차, 보병이 있으며, 각 기물은 고유의 이동 범위를 가진다. 비차와 각행은 사정거리가 긴 강력한 기물로 분류되며, 보병은 가장 개수가 많고 이동 범위가 좁은 기초 기물이다.
쇼기만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잡은 기물을 다시 사용하는 '타마(打駒)' 규칙이다. 상대에게서 잡은 기물은 자신의 기물로 보관하다가, 자신의 차례에 판 위의 빈 곳 어디든 놓아 자신의 기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규칙은 체스나 장기에서 기물이 잡힐수록 판이 단순해지는 것과 달리, 대국 후반까지도 복잡한 수읽기와 역동적인 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재사용 규칙으로 인해 쇼기는 무승부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매우 공격적인 게임 양상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기물의 승급(나리) 또한 중요한 전략적 요소이다. 상대 진영의 세 줄 안(적진)에 기물이 진입하거나, 그 안에서 이동하거나, 혹은 안에서 밖으로 나갈 때 기물을 뒤집어 승급시킬 수 있다. 승급한 기물은 기존보다 강력하거나 다른 이동 능력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은장, 계마, 향차, 보병은 승급하면 금장과 같은 움직임을 갖게 되며, 비차와 각행은 기존 움직임에 왕의 움직임이 추가된 용왕과 용마로 변한다. 단, 왕장과 금장은 승급할 수 없다.
일본 내에서 쇼기는 전문적인 기사(棋士) 제도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일본쇼기연맹이 주관하는 프로 기전은 명인전, 용왕전 등 8대 타이틀전이 존재하며, 기사들은 승단과 성적에 따라 엄격한 위계가 나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컴퓨터 분석을 통한 새로운 수법이 연구되는 등 현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쇼기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 고도의 지적 사고와 정신 수양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일본의 중요한 무형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