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트 론다(SEAT Ronda)는 스페인의 자동차 제조사 세아트(SEAT)가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생산한 소형 가족용 해치백 자동차이다. 이 차량은 세아트가 이탈리아의 피아트(Fiat)와 맺었던 오랜 기술 제휴 관계를 종료한 직후, 독자적인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출시한 첫 번째 모델 중 하나이다. 차명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인 '론다'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세아트가 자사 차량에 스페인의 지명을 붙이는 작명 전통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외형적으로 론다는 세아트가 이전에 피아트로부터 면허를 받아 생산하던 '세아트 리트모(SEAT Ritmo)'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피아트 리트모와의 차별화를 위해 레이 톤(Rayton Fissore)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력하여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 보닛, 도어 핸들 등을 새롭게 디자인하였다. 실내 또한 계기판과 인테리어 트림을 대폭 수정하여 기존 모델보다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감각을 구현하고자 노력하였다.
세아트 론다는 자동차 역사상 가장 유명한 법적 분쟁 중 하나인 이른바 '론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피아트는 론다가 자사의 리트모와 디자인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세아트는 재판 과정에서 리트모와 다른 론다만의 독자적인 부품들을 모두 노란색으로 칠한 차량을 법정에 제출하며 강력하게 대응했다. 파리 중재 재판소는 세아트의 주장을 받아들여 론다가 피아트 리트모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모델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기계적인 측면에서 론다는 초기에는 기존 피아트 기반의 엔진을 사용했으나, 생산 후기에는 포르쉐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된 '시스템 포르쉐(System Porsche)' 엔진을 탑재하였다. 이 엔진은 1.2리터와 1.5리터 배기량으로 제공되었으며, 차량의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1.7리터 디젤 엔진 모델도 라인업에 포함되어 유럽 시장에서 실용적인 경제 차로 인기를 끌었다.
세아트 론다는 1986년 단종될 때까지 약 177,000대가 생산되며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론다의 성공은 세아트가 피아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제조사로 우뚝 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이후 출시된 세아트 이비자(Ibiza)와 말라가(Málaga)의 개발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론다는 스페인 자동차 산업의 독립과 성장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모델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