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쓰분

세쓰분(節分)은 일본에서 입춘 전날을 가리키는 절기이다. 본래 세쓰분은 계절이 바뀌는 시기인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의 전날을 모두 일컫는 말이었으나, 에도 시대 이후부터는 한 해의 시작인 봄을 맞이하기 전날인 입춘 전날만을 가리키는 용어로 굳어졌다. 이는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기 전에 액운을 쫓고 복을 불러들이기 위한 일본의 전통적인 민속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음력 체계에서 입춘은 한 해의 시작과 맞물려 있어, 세쓰분은 한국의 섣달그믐과 유사한 성격을 띠기도 한다.

세쓰분의 가장 대표적인 풍습은 '마메마키(豆まき)'라고 불리는 콩 뿌리기 행사이다. 사람들은 "귀신은 밖으로, 복은 안으로(鬼は外, 福は内)"라고 외치며 볶은 콩을 집 안팎으로 던진다. 이는 겨울철의 사악한 기운을 상징하는 귀신(오니)을 쫓아내고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콩을 뿌린 후에는 자신의 나이만큼, 혹은 나이보다 하나 더 많은 개수의 콩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전통이 있다.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신사, 사찰 등에서도 대규모 행사가 열리며 유명 인사나 스모 선수가 참여하기도 한다.

음식과 관련된 풍습으로는 '에호마키(恵方巻き)'를 먹는 전통이 널리 퍼져 있다. 에호마키는 그해의 복을 가져다주는 방향인 '에호(恵方)'를 향해 서서, 자르지 않은 긴 김밥을 통째로 먹는 음식이다. 김밥을 자르지 않는 이유는 인연을 끊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먹는 도중 말을 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믿어 다 먹을 때까지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래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방의 풍습이었으나, 현대에 들어 유통업계의 마케팅을 통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세쓰분에는 '히이라기이와시(柊鰯)'라는 장식물을 대문에 걸어두기도 한다. 이는 구운 정어리의 머리를 호랑가시나무 가지에 꽂은 것으로, 정어리의 강한 비린내와 호랑가시나무의 날카로운 가시가 귀신의 침입을 막아준다는 민간 신앙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세쓰분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시점을 넘어, 악귀를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에도 세쓰분은 가족 구성원이 모여 전통을 되새기는 중요한 연례행사로 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