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스(Satis 또는 Satet)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나일강의 범람과 정화, 그리고 사냥을 관장하는 신이다. '사티스'라는 이름은 '쏘다' 혹은 '쏟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집트어 단어 '세티(Seti)'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화살을 쏘는 사냥꾼의 모습과 나일강의 물줄기를 쏟아붓는 범람의 여신이라는 이중적인 특성을 반영한다. 그녀는 주로 상이집트의 남쪽 경계 지역인 에레판티네(Elephantine) 섬에서 숭배되었으며, 이집트 영토를 수호하는 국경의 수호신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신화적 계보에서 사티스는 창조의 신인 크눔(Khnum)의 아내이자, 나일강의 또 다른 여신인 아누케트(Anuket)의 어머니로 묘사된다. 이들 세 신은 '에레판티네의 삼신(Elephantine Triad)'을 형성하여 나일강 제1폭포 인근 지역의 영적 질서를 유지했다. 사티스는 남편 크눔이 찰흙으로 인간의 육체를 빚을 때, 나일강의 신성한 물을 부어 생명력을 불어넣거나 정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믿어졌다. 이러한 관계는 그녀가 단순한 파괴의 여신이 아니라 생명과 풍요를 가져오는 근원적 존재임을 나타낸다.
사티스의 외형적 특징은 상이집트를 상징하는 백색 왕관(Hedjet)을 쓰고, 그 양옆에 가젤이나 영양의 뿔을 부착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양은 그녀가 관장하는 사막과 야생의 영역을 상징하며, 그녀의 기민한 성격을 드러낸다. 또한 그녀는 사냥의 여신으로서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되는데, 이는 적을 물리치고 국경을 보호하는 전사로서의 면모를 강조한다. 때로는 물을 담은 항아리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며, 이는 나일강의 범람을 통해 대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그녀의 자비로운 측면을 상징한다.
사티스는 산 자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세계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티스가 사후 세계인 두아트(Duat)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을 나일강의 정화된 물로 씻어준다고 믿었다. 이 정화 의례는 망자가 오시리스의 심판을 받기 전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여겨졌으며, 이를 통해 영혼은 불멸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또한 그녀는 나일강의 수원을 지키는 감시자로서 매년 나일강이 적절한 시기에 범람하도록 관리하여 이집트 농업의 존립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신앙의 대상이었다.
그녀에 대한 숭배는 선왕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매우 오래되었으며, 초기 왕조 시대부터 이미 국가적인 숭배를 받았다. 특히 이집트의 남쪽 관문이었던 아스완 지역에는 그녀를 기리는 사원이 다수 건립되었으며, 파라오들은 국경의 안녕을 빌기 위해 사티스에게 봉헌물을 바치고 사원을 증축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사티스는 때로 아이시스(Isis)나 하토르(Hathor)와 같은 다른 주요 여신들과 결합하여 숭배되기도 했으나, 나일강의 범람을 주관하는 독자적인 위상은 고대 이집트 문명이 지속되는 동안 변함없이 유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