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킬러(Southpaw Killer)는 복싱, 종합격투기 등의 투기 종목에서 왼손잡이 자세를 취하는 '사우스포' 선수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거나 그들에 특화된 공략법을 가진 선수를 일컫는 용어다. 대다수의 선수가 오른손잡이인 오소독스(Orthodox) 스탠스를 취하기 때문에, 사우스포는 오소독스에게 생소한 각도와 거리감을 제공하며 전술적 이점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우스포 킬러는 이러한 역학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오히려 사우스포의 약점을 전략적으로 파고들어 승리를 쟁취한다.
사우스포 킬러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앞발 싸움'에서의 우위 점유다. 오소독스와 사우스포가 대치하는 '오픈 스탠스' 상황에서는 서로의 앞발이 맞닿는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앞발을 상대의 앞발 바깥쪽으로 위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앞발이 바깥쪽을 점유하면 상대의 공격 각도를 제한하는 동시에 자신의 뒷손인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상대의 안면 중앙으로 최단 거리로 꽂힐 수 있는 각도가 형성된다. 사우스포 킬러들은 이 발 위치 선정을 본능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여 사우스포의 이점을 무력화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사우스포 킬러는 뒷손 스트레이트와 정교한 바디 공격을 주무기로 사용한다. 사우스포는 오소독스의 강력한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적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사우스포 킬러는 상대의 잽을 파고들거나 슬립하며 정교한 오른손 카운터를 적중시키는 데 능하다. 또한, 사우스포의 간(Liver) 부위가 오소독스의 정면에 노출된다는 점을 이용해 강력한 오른손 바디 스트레이트나 리버 샷을 구사하여 큰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앞손을 활용한 손 싸움(Hand Fighting)과 견제 역시 사우스포 킬러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들은 상대의 앞손을 수시로 건드리거나 아래로 눌러주어 사우스포의 주무기인 잽과 앞손 체크 훅을 봉쇄한다. 이러한 손 싸움은 상대의 시야를 방해하고 공격 리듬을 끊어놓음으로써 사우스포 선수가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사우스포 킬러는 상대가 자신의 거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거나,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정확한 카운터를 꽂아 넣는 전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사우스포 킬러로는 멕시코의 복싱 영웅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가 꼽힌다. 그는 사우스포로서 당대 최고의 기량을 뽐내던 매니 파퀴아오를 상대로 정교한 카운터 전략을 구사하며 네 차례의 혈투 끝에 완벽한 KO승을 거두어 사우스포 킬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같이 뛰어난 거리 감각과 방어 기술을 바탕으로 사우스포 선수들의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고 정교한 단타로 경기를 지배한 선수들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