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블리에의 비극은 만화 《판도라 하츠》의 세계관 내에서 가장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사건으로, 작중 시점으로부터 100년 전 당시 수도였던 사블리에가 통째로 어비스(Abyss)로 침식되어 멸망한 참사를 말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도의 모든 주민이 목숨을 잃거나 어비스로 끌려갔으며, 화려했던 도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거대한 구덩이만이 남게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바스커빌 가문이 일으킨 무차별 학살이자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 시도로 기록되어 있다.
비극의 실질적인 주모자는 영웅으로 추앙받던 잭 베델리우스였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레이시가 어비스에 떨어져 소멸한 뒤, 그녀가 외롭지 않도록 현세를 어비스와 하나로 합치겠다는 광기 어린 계획을 세웠다. 잭은 이를 위해 세상의 버팀목이 되는 사슬들을 파괴하고 어비스의 문을 강제로 열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간의 왜곡이 사블리에를 어둠 속으로 끌어당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건 당시 바스커빌 가문의 당주였던 글렌(오스왈드)은 잭의 폭주를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오스왈드는 사람들이 산 채로 어비스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차라리 그들의 육신을 죽여 영혼을 윤회시키기로 결정하고 가신들에게 시민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이 후대에 바스커빌 가문의 잔혹한 학살로 와전되었으며, 진실을 아는 이들이 사라진 채 역사는 잭 베델리우스의 의도대로 왜곡되었다.
비극의 결과로 사블리에는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그 자취는 어비스의 최하층에 박제되었다. 사건 이후 잭 베델리우스는 세상을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그의 가문인 베델리우스가는 4대 공작가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반면 바스커빌 가문은 재앙을 일으킨 악마의 사도로 낙인찍혀 역사 속으로 숨어들게 되었으며, 어비스와 관련된 일들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인 '판도라'가 설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주인공 오즈 베델리우스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뒤틀린 운명이 시작된 기점이다. 10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블리에의 비극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갈등의 원천이며, 작중 인물들이 마주해야 할 잔혹한 진실의 핵심을 관통한다. 등장인물들은 이 비극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문 간의 얽힌 악연을 깨닫게 되며, 이는 곧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의 중심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