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四分)은 불교 유식학(唯識學)에서 인간의 마음이자 인식의 주체인 식(識)이 작용하는 과정을 네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한 이론이다. 이는 인도 유식학의 논사인 호법(護法, Dharmapāla)이 집대성한 것으로, 인식이 성립될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주관과 객관의 분화, 그리고 그 인식을 스스로 확인하는 자각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유식학에서는 외계의 대상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투영이라고 보기에, 사분설은 이러한 인식 과정을 정밀하게 해부하는 논리적 틀이 된다.
첫 번째인 상분(相分)은 인식의 대상이 되는 모습이나 형상을 의미한다. 마음이 작용할 때 그 마음 안에 비치는 객관적인 대상의 측면이다. 두 번째인 견분(見分)은 상분을 파악하고 인식하는 주관적인 작용이다. 거울이 사물을 비추듯, 견분은 마음 안에 나타난 상분을 비추어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역할을 수행한다. 상분과 견분은 하나의 마음이 일어날 때 주관과 객관으로 나뉘어 나타나는 상대적인 두 축을 이룬다.
세 번째인 자증분(自證分)은 견분이 상분을 올바르게 인식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증명하는 자각 작용이다. 인식하는 주체가 자신이 대상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는 단계로, 인식이 성립하기 위한 내면적 토대가 된다. 네 번째인 증자증분(證自證分)은 앞선 자증분이 제대로 작용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증명하는 단계이다. 이는 자각에 대한 재자각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인식의 확실성을 최종적으로 확보한다.
사분설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보면, 초기의 유식학자들은 인식의 주관과 객관만을 강조했으나 진나(陳那, Dignāga)에 이르러 자각 작용인 자증분이 포함된 삼분설(三分說)이 제시되었다. 이후 호법은 자증분을 다시 증명하는 증자증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사분설로 이론을 완성하였다. 호법은 자증분과 증자증분이 서로를 증명함으로써 무한 소급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인식이 완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이론은 현장(玄奘)에 의해 중국으로 전해져 『성유식론(成唯識論)』의 핵심 체계로 자리 잡았다.
사분설은 인식의 성립 과정에서 주객의 분리와 자각의 구조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유식무경(唯識無境, 오직 식만 있을 뿐 외계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한다. 마음이 외부 대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대상을 형성하고 인지하며 확인하는 자기 완결적 체계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동양 철학에서 심리 분석과 인식론이 고도로 결합된 정교한 이론적 성취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