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몬은 디지털 몬스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년기 디지몬이다. 일본판 명칭은 다치리몬(Datirimon)이며, 한국에서는 삐삐몬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로 슬라임 형태를 띠고 있는 소형 디지몬으로, 특정 파트너와의 깊은 유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특히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 02》(한국 방영명: 파워 디지몬)에서 이야기의 핵심적인 감동을 담당하는 역할로 등장하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외형적으로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분홍색의 둥근 몸체에 커다란 눈망울을 가졌으며, 머리 위에는 짧은 안테나와 같은 두 개의 촉수가 돋아나 있다. 유년기 디지몬 특성상 전투 능력은 거의 전무하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입에서 거품을 내뿜는 '산성 거품' 정도의 방어 수단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작고 연약한 외형은 파트너가 보호해주어야 할 존재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며 정서적 교감을 강조하는 요소가 된다.
이 디지몬이 대중적으로 주목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작중 인물인 마일도(오이카와 유키오)와의 관계 때문이다. 마일도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세계를 동경했으나 선택받은 아이가 되지 못해 평생을 고독과 열등감 속에서 보낸 비운의 인물이다. 삐삐몬은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서 마일도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트너 디지몬으로서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디지몬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인간과 디지몬의 유대'라는 테마를 성인 캐릭터에게까지 확장하여 보여준 중요한 사례다.
삐삐몬과 마일도의 만남은 비극적이면서도 숭고한 결말을 맞이한다. 마일도는 어둠의 힘에 잠식되었던 자신의 과오를 씻고 디지털 세계를 복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바치게 되는데, 삐삐몬은 그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그를 따뜻하게 위로한다. 마일도가 황금빛 나비 떼가 되어 디지털 세계 전체로 퍼져나갈 때 삐삐몬은 그의 영혼과 함께하며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맺는다.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으며, 삐삐몬을 단순한 캐릭터 이상의 상징적인 존재로 각인시켰다.
도감 설정상으로도 삐삐몬은 특정한 감정이나 간절한 염원이 실체화된 듯한 신비로운 존재로 다루어진다. 일반적인 유년기 디지몬들이 야생의 환경에서 서식하는 것과 달리, 삐삐몬은 파트너와의 재회를 기다리며 긴 시간을 견디는 순애보적인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진화 계보가 구체적으로 강조되지는 않지만, 인간의 마음이 디지털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을 증명하는 디지몬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