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하

브루하(Brujah)는 화이트 울프(White Wolf)사의 TRPG 세계관인 '월드 오브 다크니스(World of Darkness)'와 그 주축 게임인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Vampire: The Masquerade)'에 등장하는 주요 뱀파이어 클랜 중 하나이다. 현대의 밤에 이들은 주로 체제 전복을 꿈꾸는 반항아, 폭주족, 아나키스트 등의 이미지로 대표된다. 본래는 철학자와 학자들의 클랜이었으나, 역사적인 비극과 배신을 겪으며 억압받는 자들을 대변하고 기득권에 맹렬히 저항하는 투사들로 변모하였다.

브루하 클랜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도시 '카르타고(Carthage)'를 빼놓을 수 없다. 고대 시절 브루하는 단순한 폭력배가 아니라 뱀파이어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상향을 꿈꾸던 학자와 철인왕들의 집단이었다. 이들은 카르타고를 세워 그들의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으나, 벤추(Ventrue) 클랜이 배후에서 조종하던 로마 제국에 의해 카르타고가 철저히 파괴되면서 이들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이 사건 이후 브루하는 벤추 클랜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증오를 품게 되었으며, 이성적인 토론보다는 폭력과 분노로 세상을 대하는 전사들로 타락하게 되었다.

이들이 지닌 뱀파이어 고유의 능력(디서플린)과 혈통적 약점은 이들의 열정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브루하는 초인적인 속도를 내는 '신속(Celerity)', 막강한 물리적 힘을 발휘하는 '용력(Potence)',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조종하고 군중을 선동할 수 있는 '위압(Presence)'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능력 조합은 이들을 근접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전투원이자 카리스마 있는 선동가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들은 혈통의 저주로 인해 극도로 다혈질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어, 작은 자극에도 쉽게 이성을 잃고 다른 뱀파이어들보다 야수성에 잡아먹혀 '광란(Frenzy)' 상태에 빠질 확률이 훨씬 높다.

정치적으로 브루하는 오랫동안 흡혈귀 사회의 거대 보수 파벌인 '카마릴라(Camarilla)'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체제에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는 이단아 역할을 해왔다. 카마릴라의 엄격한 규율이 자신들을 억압한다고 느낀 많은 젊은 브루하들은 일찍부터 '아나크(Anarch)' 운동의 주축이 되어 활동했다. 세계관의 최신 흐름(5판)에서는 브루하의 유력 인물인 테오 벨(Theo Bell)이 카마릴라의 핵심 수뇌부를 암살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기점으로 브루하 클랜은 대대적으로 카마릴라를 탈퇴하여 아나크 세력으로 전향하였으며, 현재는 아나크 파벌을 상징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강력한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