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구(1965년 ~ )는 대한민국의 사진작가이다. 주로 바다, 갯벌 등 남도 지역의 자연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라남도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자연 생태와 삶의 터전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이를 특유의 서정적인 사진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주력해 온 인물이다.
그는 광주대학교 등에서 사진을 전공하며 시각 예술가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초기 작업부터 인위적인 연출을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그 이면에 숨겨진 생명력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적 접근 방식을 취했다. 특히 남도 지역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천착하여 지역성이 강하면서도 보편적인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는 풍경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박일구 작품 세계의 핵심 주제는 '바다'와 '갯벌', 그리고 '시간'이다. 그는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장노출 기법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를 한 장의 평면 속에 압축하여 표현한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갯벌의 기하학적 선, 인간의 개입과 자연 현상이 맞물려 변해가는 해안선의 모습 등은 그의 렌즈를 통해 시적이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전달하는 피사체가 된다.
대표적인 사진 시리즈로는 서남해안 일대의 풍경을 집요하게 추적한 작업들이 있다. 이 작업들을 통해 그는 갯벌, 섬, 그리고 그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흔적까지 기록해 왔다. 특히 그가 즐겨 사용하는 흑백 사진 기법은 피사체의 질감과 명암의 대비를 극대화하여, 대상이 지닌 원초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의 숭고함을 흑과 백의 단조로운 톤 안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수십 년간 다수의 개인전과 주요 기획전에 참여하며 한국 현대 사진계,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들 사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다. 단순한 자연 예찬에 머물지 않고 간척과 개발 등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해안선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그의 사진들은 역사적, 생태학적 기록물로서의 가치와 현대 미술로서의 미학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