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

박용기(朴龍基, 1933~2022)는 대한민국의 금속공예가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粧刀匠)의 초대 기능보유자이다. 전라남도 광양 출신인 그는 평생을 한국 전통 칼인 장도의 제작과 보존에 헌신하며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장도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한국인의 선비 정신과 정절을 상징하는 예술품임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였다.

그는 14세의 나이에 장도 제작 기술에 입문하였다. 당시 광양의 유명한 장도장이었던 장익성(張益成)의 문하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쳐 전통적인 장도 제작 기법을 완벽하게 습득하였다. 이후 수십 년간 연구를 거듭하며 금, 은, 나무, 옥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정교한 장도들을 제작하였고,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1978년 국가무형문화재 장도장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박용기의 작품 세계는 '일편단심(一片丹心)'이라는 철학으로 요약된다. 그는 칼날에 이 문구를 새겨 넣음으로써 장도가 지녀야 할 지조와 절개의 정신을 강조하였다. 그의 장도는 세밀한 조각과 정교한 은입사 기법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며, 한국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을 극치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시를 통해서도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그는 전통 기술의 보존뿐만 아니라 후진 양성과 대중화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전라남도 광양시에 광양장도박물관을 건립하여 자신이 제작한 작품과 수집한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였으며, 일반인들이 장도 제작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자신의 아들인 박종군에게 기술을 전수하여 가업이 대를 이어 계승되도록 함으로써 무형유산의 맥을 잇는 데 힘썼다.

박용기는 2022년 향년 89세로 별세하기 전까지 장도 제작 현장을 지키며 장인 정신을 몸소 실천하였다. 그의 생애는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전통 공예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보존하는 데 평생을 바친 전형적인 장인의 삶으로 기억된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장도와 박물관은 한국 금속공예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