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왕국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번영했던 국가로, 현재의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유프라테스 강변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수메르와 아카드 문명의 뒤를 이은 작은 도시 국가로 시작했으나,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로 성장하며 오리엔트 세계의 핵심 제국으로 자리 잡았다. 바빌론이라는 명칭은 '신의 문'이라는 뜻의 '바브-일루(Bab-ilu)'에서 유래되었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한 도시 문화를 꽃피운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기원전 18세기경 함무라비 왕은 분열되어 있던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통일하며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을 건설했다. 그는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를 확립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전 중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을 편찬하여 사회 질서를 정립했다. 이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표되는 동태복수법의 원칙을 담고 있으면서도, 신분에 따른 차별적 적용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함무라비 사후 제국의 국력은 점차 쇠퇴했으며, 기원전 1595년경 히타이트의 침공을 받아 구바빌로니아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 수 세기 동안 카시트인과 아시리아 등의 지배를 받던 바빌론은 기원전 626년 나보폴라사르에 의해 신바빌로니아(칼데아 제국)로 부활했다. 그의 아들인 네부카드네자르 2세 치하에서 제국은 최대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유대인들을 포로로 잡아온 '바빌론 유수'의 주역이었으며, 수도 바빌론을 세계 최고의 대도시로 재건했다. 이 시기에 건설된 이슈타르 문과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공중정원은 바빌론의 압도적인 건축 기술과 부강함을 상징하는 유산이다.
바빌론은 학문과 예술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천문학에 정통하여 행성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일식과 월식을 예측했으며, 이는 훗날 그리스 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학에서는 60진법을 사용하여 시간과 각도를 계산하는 체계를 정립했는데, 이는 오늘날 시계의 분·초 단위와 원의 각도 계산에 여전히 쓰이고 있다. 또한 쐐기문자를 활용해 종교 신화와 서사시를 기록함으로써 풍부한 문학적 전통을 남겼다.
기원전 539년,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2세가 바빌론을 정복하면서 독립된 왕국으로서의 역사는 끝이 났다. 비록 정치적 실체는 사라졌으나 바빌론이 남긴 법률, 수학, 천문학, 건축 등의 문화적 유산은 헬레니즘 문화를 거쳐 서구 문명의 근간이 되었다. 바빌론은 단순한 고대 국가를 넘어 인류가 이룩한 도시 문명의 원형이자 지식의 보고로서 역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