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보는 영화 ‘인셉션(Inception)’에서 묘사되는 꿈의 가장 깊은 단계이자 무의식의 밑바닥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꿈의 층위와는 달리 설계자가 미리 구조를 만들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공유적 꿈의 공간'이다. 이곳은 꿈속의 꿈을 거듭하며 너무 깊이 들어갔을 때나, 강력한 진정제를 투여한 상태에서 꿈속에서 사망했을 때 도달하게 된다. 림보는 논리적인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으며, 그곳에 발을 들인 사람들의 무의식에 의해 무작위로 채워지는 특징을 갖는다.
림보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과의 압도적인 시간 왜곡이다. 꿈의 층위가 깊어질수록 시간의 흐름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지는데, 림보에서의 수십 년은 현실에서의 단 몇 분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시간의 확장은 거주자에게 치명적인 정신적 혼란을 야기한다. 장기간 머무를 경우 자신이 처한 환경이 꿈이라는 사실을 잊고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며, 결국 현실 세계의 자아를 상실하고 영원히 무의식 속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 코브와 그의 아내 멜은 과거 림보에 빠져 약 50년 동안 그들만의 세계를 건설하며 살았다. 그들은 무의식을 이용해 거대한 도시와 기억 속의 장소들을 재현하며 신에 가까운 권능을 행사했다. 그러나 코브는 그곳이 가짜임을 인지하고 탈출하려 했으나, 멜은 림보를 진정한 현실로 믿게 되었다. 코브는 아내를 현실로 돌려보내기 위해 그녀의 마음속에 '이 세상은 진짜가 아니다'라는 관념을 심는 '인셉션'을 최초로 시도했으며, 이는 결국 현실로 돌아온 멜이 현실을 부정하고 자살하게 만드는 비극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림보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꿈의 층위보다 훨씬 까다롭다. 강한 진정제가 작용 중일 때는 꿈속의 죽음이 깨어남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림보로 추락하게 만들지만, 일단 림보에 도달한 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충격(Kick)을 통해 상위 단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다만, 림보의 거주자가 그곳을 현실로 믿고 있다면 자살을 시도할 동기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코브는 림보에 홀로 남겨진 사이토를 찾아가 그가 처한 상황이 꿈임을 상기시키고, 동반 자살을 통해 현실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상징적으로 림보는 인간의 통제력을 벗어난 무의식의 심연을 나타낸다. 이는 창조적 자유의 극단이자 동시에 헤어날 수 없는 집착의 감옥이기도 하다. 인물들이 림보에서 구축한 거대한 폐허와 해변의 도시들은 기억의 잔재들이 어떻게 무의식의 공간을 형성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림보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진 인간 내면의 가장 위험한 영역을 상징하는 장치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