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Roger)는 서구권에서 흔히 사용되는 남성 이름으로, 고대 독일어 이름인 '흐로드가르(Hrodger)'에서 유래했다. 이 이름은 '명성'을 뜻하는 'hrod'와 '창'을 뜻하는 'ger'가 결합된 형태로, '유명한 창수' 또는 '명성 높은 전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세 유럽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특히 노르만족의 영국 정복 이후 영미권에 정착하여 대중적인 이름이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로저는 이름 외에도 무선 통신에서 상대방의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의미의 전문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통신 상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던 음성 기호(Phonetic Alphabet)에서 기원한다. 당시 수신(Received)의 첫 글자인 'R'을 나타내는 단어가 'Roger'였기 때문에, 메시지를 잘 받았다는 뜻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음성 기호에서 'R'을 'Romeo'로 부르지만, 통신 용어로서의 'Roger'는 여전히 관습적으로 사용된다.
무선 통신에서 '로저'는 단순히 "당신의 메시지를 수신했다"는 사실만을 전달한다. 이는 종종 '윌코(Wilco)'와 혼동되기도 하는데, 윌코는 'Will Comply'의 약자로 "메시지를 이해했으며 지시대로 수행하겠다"는 실행의 의지까지 포함하는 표현이다. 따라서 엄밀한 군사적 또는 항공 통신 규정상 "로저 윌코(Roger Wilco)"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중복되는 측면이 있어 표준 절차에서는 권장되지 않지만, 대중 매체 등에서는 수신과 이행을 동시에 나타내는 관용구처럼 쓰이기도 한다.
'로저'라는 명칭은 해적을 상징하는 깃발인 '졸리 로저(Jolly Roger)'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검은 바탕에 흰 해골과 교차된 뼈가 그려진 이 깃발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프랑스어에서 붉은 깃발을 뜻하는 '졸리 루즈(Joli Rouge)'가 영어식으로 변형되었다는 설과, 당시 악마를 지칭하던 '올드 로저(Old Roger)'라는 별칭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 깃발은 항복하지 않으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협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역사적으로 이 이름을 가진 인물 중에는 근대 과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영국의 철학자 로저 베이컨(Roger Bacon)이 대표적이다. 그는 경험적 관찰과 실험을 중시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제시하며 중세 학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현대 스포츠계에서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이 이름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로저는 어원에서부터 현대의 통신과 문화적 상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사용되는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