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반(Laban)은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브두엘의 아들이자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오빠이다. 그는 메소포타미아 북서부의 하란 지역에 거주하던 아람 사람이었으며, 훗날 조카인 야곱의 장인이 되어 성경 역사의 중요한 전개 과정에 관여한다. 아브라함의 종이 이삭의 신붓감을 찾기 위해 하란을 방문했을 때 처음 등장하며, 당시 누이 리브가를 시집보내는 협상 과정에서 가문의 실질적인 결정권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하란으로 피신해 오자 라반은 그를 환대하며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였다. 야곱이 라반의 작은딸 라헬을 사랑하여 7년 동안 봉사할 것을 약속했으나, 라반은 혼인 잔치 당일 밤에 라헬 대신 큰딸 레아를 야곱의 침소에 들여보내는 기만술을 부렸다. 그는 언니보다 아우를 먼저 시집보내지 않는 것이 지역의 관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야곱에게 다시 7년의 노동을 요구하였고, 결과적으로 야곱으로부터 총 14년의 노동력을 이끌어냈다.
라반의 탐욕과 계산적인 성격은 야곱과의 품삯 계약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야곱의 가축 떼가 번성하는 것을 보고 그를 붙잡아 두려 했으나, 야곱에게 지불해야 할 품삯을 열 번이나 번복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 그러나 야곱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자신의 몫을 크게 늘리자, 라반과 그의 아들들은 야곱을 시기하며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야곱이 라반의 곁을 떠나 가나안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야곱이 가족과 가축을 이끌고 몰래 도망치자 라반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그를 추격하였다. 이때 라반의 딸 라헬은 아버지의 가신(家神)이자 가문의 권위를 상징하는 '드라빔'을 훔쳐 달아났으며, 라반은 이를 되찾기 위해 야곱의 진영을 샅샅이 수색하기도 했다. 추격 도중 하나님의 경고를 받은 라반은 야곱을 해치지 못하고, 길앗 산에서 야곱과 서로를 침범하지 않기로 약조하는 언약을 맺었다. 그들은 그곳에 돌무더기를 쌓아 '여가사하두다' 또는 '미스바'라고 이름 붙인 뒤 각자의 길로 떠났다.
라반은 성경 내에서 신앙심이 깊은 인물이라기보다 자신의 유익을 우선시하는 세속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여호와 하나님을 알고는 있었으나 동시에 우상인 드라빔을 소유하고 숭배하는 혼합주의적 신앙 양태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야곱이 20년의 세월 동안 연단을 받아 한 가문의 수장에서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의 조상으로 성장하는 배경이 되었으며, 그의 두 딸인 레아와 라헬을 통해 이스라엘 12지파의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구속사적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