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 펜들럼 엑스(Digimon Pendulum X)는 2003년 반다이에서 출시한 휴대용 액정 완구 시리즈로, 기존 디지몬 펜들럼 시리즈의 후속 기종이다. 이 기기는 디지몬 시리즈의 주요 분기점 중 하나인 'X-항체' 설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전개된 '디지몬 크로니클'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기존의 펜들럼 기능에 '자이(XAI)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확률 요소를 결합하여 게임 플레이의 변칙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기기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은 '프로젝트 아크'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다룬다. 디지털 월드의 용량이 한계에 다다르자 호스트 컴퓨터인 이그드라실이 구세계의 디지몬을 소거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킨 디지몬들이 X-항체를 획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기존 디지몬과는 외형과 능력이 크게 달라진 'X-디지몬'들이 대거 등장하며, 플레이어는 이들을 육성하고 전투에 참여시키게 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자이 시스템'의 도입이다. 기기를 흔들면 화면에 주사위 눈이 나타나는 자이 시스템은 훈련의 성공 여부, 전투 시 공격력, 그리고 진화 확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기존의 단순 반복 훈련에서 벗어나 '퀘스트 모드'를 통해 스테이지를 돌파하며 아이템을 획득하고 보스 디지몬과 대결하는 RPG적 요소가 강화되었다. 맵을 탐색하며 얻는 아이템은 특정 디지몬으로의 진화나 능력치 상승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시리즈는 버전 1.0부터 1.5, 2.0, 3.0까지 출시되었으며, 각 버전마다 주역 디지몬이 다르다. 버전 1.0은 도루몬 계열, 2.0은 류우다몬 계열, 3.0은 로열 나이츠와 데크스몬 계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버전 3.0에서는 알파몬과 같은 강력한 디지몬이 등장하며 스토리의 정점을 찍는다. 각 기기는 서로 통신 대전이 가능하며, 통신을 통해 특정 아이템을 교환하거나 숨겨진 진화 조건을 해금할 수도 있다.
디지몬 펜들럼 엑스는 디지몬 IP의 전성기 후반부를 장식하며 독특한 디자인 언어와 심도 있는 설정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도입된 X-항체 설정은 이후 수많은 게임과 미디어 믹스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십수 년이 지난 후에도 '디지털 몬스터 X' 시리즈로 복각되는 등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한 완구를 넘어 디지몬 세계관의 확장과 시스템적 진보를 이끌어낸 상징적인 기기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