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맨 군단

데빌맨 군단은 나가이 고의 만화 《데빌맨》에 등장하는 집단으로, 주인공 후도 아키라가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데몬족에 대항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규합한 데빌맨들의 연합체다. 데빌맨이란 데몬과 합체했으나 인간의 의지로 그 본능을 억누르고 자아를 유지하는 존재들을 일컫는다. 아키라는 데몬족의 조직적인 침공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류의 혼란을 막기 위해 텔레파시를 이용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불러 모았다.

군단의 형성 과정은 매우 처절하고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데몬족이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합체 공격을 감행하면서 수많은 인간이 데몬으로 변했으나, 그중 극소수가 강력한 정신력으로 인간의 마음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후도 아키라는 이들에게 데몬과 싸울 것을 호소했으며, 이에 응한 데빌맨들이 집결하여 군단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주요 구성원으로는 육상 선수 출신의 미코(쿠로다 미키)를 비롯하여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다수의 데빌맨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의 비극은 주적인 데몬족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인류로부터도 배척당했다는 점에 있다. 데몬에 대한 공포로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은 겉모습이 변한 데빌맨들을 데몬과 구별하지 못하고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삼았다. 데빌맨 군단은 데몬족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자신들을 사냥하려는 인간들의 '악마 특별 수사대'와도 맞서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단원이 인간에 의해 고문당하거나 살해되는 참혹한 고통을 겪었다.

작품의 대단원인 최종 전쟁(아마겟돈)에서 데빌맨 군단은 사탄이 이끄는 데몬 군단과 지구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이미 인류가 스스로의 광기와 내분으로 멸망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데빌맨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했던 세상을 위해 최후까지 항전했다. 이들은 거대한 데몬 군세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으나, 압도적인 전력 차이와 사탄의 힘 앞에 결국 전멸에 가까운 최후를 맞이한다.

데빌맨 군단은 인간의 외형을 잃었으나 가장 인간다운 마음을 지닌 존재들로서,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악마보다 잔혹해진 군중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들은 나가이 고가 전달하고자 했던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관통하는 상징적 집단이다. 비록 그 끝은 파멸적이었으나, 서브컬처 역사상 가장 강렬하고 비극적인 아군 집단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이후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