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보네아

데보네아(Debonair)는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가 1964년부터 1999년까지 생산한 전륜구동 방식의 고급 대형 세단이다. 차명인 데보네아는 영어로 '예의 바른', '정중한', '쾌활한'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플래그십 모델로서 오랜 기간 브랜드의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특히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역사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차량이다.

1세대 데보네아는 1964년에 출시되어 1986년까지 무려 22년 동안 큰 외형 변화 없이 생산된 장수 모델이다. 제너럴 모터스의 디자이너였던 한스 브레츠너가 설계를 담당하여 당시 미국차의 스타일을 반영한 각진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출시 초기에는 세련된 최고급차로 인정받았으나, 경쟁 모델인 토요타 크라운과 닛산 세드릭이 수차례 세대 교체를 거치는 동안에도 초기 설계를 유지하여 일본 현지에서는 '달리는 화석'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2세대 데보네아는 1986년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의 공동 개발을 통해 출시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그랜저'라는 명칭으로 생산 및 판매하였으며, 이는 한국 고급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2세대는 기존의 후륜구동 방식에서 전륜구동 방식으로 전환하였고, V6 엔진을 탑재하여 정숙성과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일본 시장에서는 토요타와 닛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2년에 등장한 3세대 데보네아는 차체 크기를 대폭 키우고 당시의 첨단 기술을 대거 집약했다. 이 모델 역시 현대자동차의 2세대 그랜저(뉴 그랜저)와 설계를 공유하는 형제차였다. 3세대 모델에는 세계 최초의 거리 감지 레이더 기반 정속 주행 장치와 액티브 서스펜션 등이 탑재되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하지만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대형차 시장의 위축과 브랜드 이미지의 한계로 인해 판매 부진은 계속되었다.

결국 데보네아는 1999년에 후속 모델인 프라우디아(현대 에쿠스의 형제차)에 자리를 넘겨주고 단종되었다. 비록 일본 내수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은 제한적이었으나, 미쓰비시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기함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녔다. 또한 한국 시장에서는 '그랜저'라는 성공적인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바탕이 됨으로써 양국 자동차 산업 교류사의 중요한 지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