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호(堂號)는 본래 집의 이름을 의미하며, 나아가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별칭으로도 사용되는 호(號)의 일종이다. 동양의 전통 사회에서 학자, 문인, 승려 등은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에 고유한 명칭을 붙이고 이를 자신의 호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주거 공간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 주거인의 철학, 가치관, 혹은 그 집이 처한 주변 경관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문화적 장치로 기능하였다.
당호의 구성은 대개 특정한 의미를 담은 단어 뒤에 건물의 격식이나 규모를 나타내는 접미사를 붙이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접미사로는 당(堂), 재(齋), 헌(軒), 루(樓), 정(亭), 옥(屋)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당'은 정침이나 주요 건물을, '재'는 주로 학문을 닦는 공간을, '헌'은 처마가 있는 집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나, 엄격한 위계적 구분이 있기보다는 명명자의 의도나 취향에 따라 선택되었다. 이러한 명칭은 해당 인물의 사회적 지위나 거처의 성격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한국에서 당호의 사용은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이르러 사대부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정착하였다. 조선의 선비들은 당호를 통해 자신의 학문적 지향점이나 은거의 의지를 표명하였다. 정약용의 '여유당(與猶堂)', 김정희의 '완당(阮堂)'과 같이 거처의 이름을 그대로 호로 사용한 사례가 빈번하다. 때로는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이 그 인물을 부를 때 직접적인 이름을 피하고 존경의 의미를 담아 당호로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법으로 통용되었다.
당호를 짓는 원칙은 매우 다양하다. 주로 유교 경전이나 고전 시문에서 문구를 인용하여 도덕적 수양의 의지를 담거나, 집 주변의 산, 강, 나무 등 자연경관의 특징을 따서 짓기도 한다. 또한 조상의 덕을 기리거나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당호는 한 개인의 사적인 공간에 대한 명칭인 동시에, 그 인물의 내면세계와 학문적 배경, 그리고 당대의 사회적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인문학적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현대에 이르러 주거 형태가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으로 획일화되면서 당호의 실질적인 사용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서예가, 화가 등 예술가들이나 전통 가옥인 한옥에 거주하는 이들, 혹은 자신의 서재나 작업실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호를 짓는 전통이 계승되고 있다. 이는 무미건조한 익명의 공간에 개인의 정체성을 투영하고 삶의 지향점을 되새기는 정신문화적 행위로서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