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치 세계관에서 '단풍'이라는 소재는 주로 첫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Memories of Nobody'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 세나(Senna)의 참백도, '미로쿠마루(Mirokumaru)'와 깊은 연관이 있다. 원작 만화나 TV 애니메이션 정규 스토리 라인에는 '단풍'이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참백도나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로쿠마루가 해방되었을 때 화면을 가득 채우며 흩날리는 붉은 단풍잎의 시각적 효과가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이 무기는 팬들 사이에서 단풍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참백도로 인식된다.
미로쿠마루의 주인인 세나는 루콘가에서 발견된 기억을 잃은 소녀로 묘사되지만, 그 실체는 일반적인 사신이나 인간이 아니다. 그녀는 윤회의 고리를 벗어나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도는 영혼인 '블랭크(Blank)'들의 기억이 집약되어 형성된 '사념주'라는 특이한 존재다. 세나는 자신의 태생적 비밀을 모른 채 사신과 유사한 영력을 행사하며, 이때 사용하는 고유의 무기가 바로 미로쿠마루이다.
미로쿠마루의 시해 해방 언령은 "저녁놀에 권하노라(夕闇に誘え)"이다. 주인이 해방 구호를 외치면 평범한 일본도 형태였던 검이 석장(錫杖)과 유사한 긴 창의 형태로 변형된다. 무기의 형상 변화와 동시에 사용자의 주변에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남과 함께 수많은 붉은색과 황금색의 단풍잎이 소환되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이는 블리치에 등장하는 수많은 참백도 중에서도 가장 서정적이고 화려한 시각 연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때 소환되는 단풍잎들은 단순한 장식 효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공격 수단으로 활용된다. 세나는 바람을 타고 흐르는 단풍잎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조종하여 적을 베거나 타격할 수 있으며, 거대한 단풍 회오리를 만들어 적의 움직임을 봉쇄하거나 시야를 차단하기도 한다. 또한 단풍잎을 발판 삼아 공중을 고속으로 이동하거나 방어벽을 형성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다채로운 전술적 활용을 보여준다.
작품 내에서 흩날리는 단풍잎은 가을의 끝자락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결국에는 사라져야만 하는 세나의 운명과 기억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비극적인 장치로 해석된다. 극장판의 클라이맥스에서 세나가 세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여 소멸을 선택할 때, 그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또한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단풍의 이미지였다. 미로쿠마루는 비록 원작의 정사(Canon)에 포함되는 무기는 아니지만, 특유의 가을 정취를 담은 연출과 캐릭터의 서사가 어우러져 블리치 시리즈 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참백도로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