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울새를 죽였나?'(Who Killed Cock Robin?)는 영미권의 전래 동요 모음집인 '마더 구스(Mother Goose)'에 수록된 가장 유명한 노래 중 하나다. 이 노래는 울새(Cock Robin)의 죽음과 그 이후에 이어지는 장례식 과정을 문답 형식으로 그려낸다. 문헌상으로는 1744년 출간된 '토미 섬의 예쁜 노래책(Tommy Thumb's Pretty Song Book)'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확인되나, 노래의 기원과 구전 역사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중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래의 구조는 매우 체계적이며 반복적이다. "누가 울새를 죽였나?"라는 질문에 참새가 "나야, 나의 활과 화살로 내가 울새를 죽였어"라고 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파리는 죽음을 목격한 증인으로, 생선은 울새의 피를 받는 역할로, 딱정벌레는 수의를 만드는 역할로 등장한다. 이처럼 숲속의 수많은 동물이 각자 장례식에서 맡은 소임을 다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마지막에는 모든 새가 울새를 위해 울며 끝을 맺는다. 이러한 연쇄적인 서사 구조는 민요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이 동요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역사적, 신화적 해석이 존재한다. 북유럽 신화에서 겨우살이 화살에 맞아 죽은 빛의 신 발두르의 신화를 반영했다는 설이 있으며, 18세기 영국 정치의 실세였던 로버트 월폴 경의 실각을 풍자했다는 정치적 해석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한, 울새를 죽인 참새를 고대 켈트 신화나 태양 숭배 신앙과 연결 짓는 민속학적 견해도 있다. 비록 명확한 정설은 확립되지 않았으나, 단순한 동요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누가 울새를 죽였나?'는 근대 추리 문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S.S. 밴 다인의 소설 '비숍 살인 사건'에서 동요의 가사를 따라 살인이 벌어지는 '마더 구스 미스터리'의 효시가 되었으며, 아가사 크리스티 등 황금기 추리 소설 작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동요 특유의 순수함과 죽음이라는 잔혹한 소재의 대비는 이후 수많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공포나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치로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 노래의 제목은 하나의 관용구로도 자리 잡았다. 누군가의 몰락이나 희생에 대해 책임 소재를 묻거나,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은폐와 방관을 비판할 때 '누가 울새를 죽였나'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이는 이 전래 동요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노래를 넘어, 인간 사회의 부조리와 질서를 상징하는 고전적인 텍스트로서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