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내분비계는 호르몬을 혈림프 속으로 분비하여 체내의 생리 작용과 발육 단계를 조절하는 복합적인 체계이다. 곤충은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호르몬을 통해 성장, 탈피, 변태, 생식, 대사, 항상성 유지 등을 제어하지만, 그 구조와 작동 방식은 곤충 특유의 외골격 구조와 개방 혈관계에 최적화되어 있다. 내분비계는 신경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환경 자극에 반응하여 적절한 호르몬을 방출함으로써 생존과 번식을 가능하게 한다.
주요 내분비 기관으로는 뇌의 신경분비세포, 카르디아카체, 알라타체, 앞가슴샘 등이 존재한다. 뇌의 신경분비세포는 다양한 신경 호르몬을 합성하며, 특히 전흉선자극호르몬(PTTH)을 생성하여 발육의 핵심적인 신호를 보낸다. 카르디아카체는 뇌에서 생성된 호르몬을 저장했다가 혈림프로 방출하는 신경혈관계 기관이며, 알라타체는 유약호르몬을 분비하여 곤충의 유충기 특성을 유지하게 한다. 앞가슴샘은 흉부에 위치하며 탈피와 변태를 유도하는 엑디스테로이드를 분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곤충의 성장과 변태는 주로 탈피호르몬인 엑디손과 유약호르몬(JH)의 상대적인 농도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뇌에서 분비된 PTTH가 앞가슴샘을 자극하면 엑디손이 분비되어 탈피 과정이 시작된다. 이때 혈림프 내 유약호르몬의 농도가 높으면 유충에서 유충으로의 탈피가 일어나고, 유약호르몬의 농도가 낮아지면 번데기 혹은 성충으로의 변태가 진행된다. 이러한 정교한 호르몬 조절 시스템은 곤충이 적절한 시기에 성숙하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내분비계는 형태적 변화뿐만 아니라 대사 활동과 행동 조절에도 깊이 관여한다. 예를 들어, 휴면 호르몬은 환경이 불리할 때 발육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휴면 상태를 유도하며, 아디포키네틱 호르몬(AKH)은 비행과 같은 격렬한 운동 시 지방체에서 지질을 동원하여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한 이뇨 호르몬과 항이뇨 호르몬은 말피기소관과 장에서 수분 및 염분의 배설과 재흡수를 조절하여 체내 삼투압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성충 단계에서의 내분비계는 주로 생식과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유약호르몬은 암컷 성충의 난소 발육과 난황 형성을 촉진하며, 수컷의 경우에는 부속샘의 활성화와 성적 행동을 유발한다. 또한 일부 곤충에서는 특정 호르몬이 페로몬 합성을 자극하여 개체 간의 통신과 군집 생활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곤충의 내분비계는 미세한 양의 화학 물질을 통해 개체의 생애 전반을 관통하는 방대한 생리적 기제를 정밀하게 제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