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는 이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1인칭 대명사이다. 한국어 문법 체계에서 '나'는 화자가 청자와 대등하거나 혹은 낮은 위치에 있지 않을 때 사용하는 격식 없는 표현이며,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저'와 대비된다. 이는 주체로서의 자신을 정립하는 가장 기본적인 언어적 수단이며, 모든 담화와 인식의 중심점이 되는 지시어이다.
철학적 관점에서 '나'는 인식의 주체인 자아(Ego)를 의미한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를 통해, 모든 것을 의심하더라도 의심하고 있는 '나'의 존재만은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진리임을 천명했다. 이는 외부 세계보다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나'를 우선시하는 근대적 주관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심리학에서는 '나'를 자아와 자기(Self)의 개념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 구조를 본능적 충동인 이드(Id), 현실과 타협하는 자아(Ego), 도덕적 양심인 초자아(Superego)로 구분하였다. 반면 칼 융은 의식적인 자아를 넘어 무의식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전체적인 인격의 핵심으로서 '자기'를 설정하고, 개인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개성화 과정을 중시했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정의된다. 조지 허버트 미드는 타인의 관점을 내면화하여 형성되는 '객체로서의 나(Me)'와 주관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나(I)'가 상호작용하며 사회적 자아가 구성된다고 보았다. 인간은 소속된 집단이나 사회적 역할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관계의 총합이 곧 사회적 맥락에서의 '나'를 결정짓는다.
생물학 및 뇌과학적 측면에서 '나'는 뇌의 신경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의식의 연속성으로 설명된다. 뇌의 전두엽을 중심으로 한 특정 부위들은 자기 인식과 기억의 통합을 담당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존재임을 인식하는 자아 정체성을 유지한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생물학적 토대 위에 기억과 경험,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실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