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다레(五月雨)는 음력 5월경에 내리는 장마를 뜻하는 일본어다. 한자어로는 '오월우'라고 읽으며, 현대 달력으로는 대략 6월에서 7월 사이에 해당하는 초여름의 비를 지칭한다. '사'는 모내기를 하는 달인 '사츠키(음력 5월)'를 의미하며, '미다레'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 혹은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상태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의 비는 동아시아 전반에서 나타나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장마의 일종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츠유(梅雨)'라고도 부르지만, 사미다레라는 표현은 주로 문학적이고 고풍스러운 맥락에서 더 자주 사용된다. 끊임없이 내리다가 잠시 멈추고 다시 내리기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으며, 습도가 높고 하늘이 낮게 내려앉은 듯한 특유의 계절감을 형성한다.
일본의 전통 시가인 와카(和歌)나 하이쿠(俳句)에서 사미다레는 중요한 계절어(季語)로 다루어졌다. 이는 단순히 기상 현상을 기술하는 것을 넘어, 비구름으로 인해 어두워진 풍경이나 비가 내리는 소리가 주는 고독감, 기다림, 애틋함 등의 정서를 상징한다. 특히 고전 문학에서는 장마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의 사색이나 정적인 분위기를 묘사할 때 필수적인 소재로 등장했다.
에도 시대의 저명한 하이쿠 작가 마츠오 바쇼(松尾芭蕉)는 사미다레를 소재로 한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미다레를 모아 빠르게 흐르는구나 모가미강(五月雨をあつめて早し最上川)"은 쏟아지는 장맛비로 인해 강물이 불어나고 유속이 빨라진 역동적인 풍경을 간결하고 강렬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사미다레는 자연의 위압감과 생명력을 동시에 드러내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현대에 이르러 사미다레는 일상적인 기상 용어보다는 노래 가사, 소설 제목, 혹은 특정 함선이나 캐릭터의 명칭 등 문화적 상징물로 더 널리 쓰인다. 비록 현대 일본어에서 장마를 뜻하는 표현으로 '츠유'가 더 보편적으로 사용될지라도, 사미다레가 가진 특유의 운치와 역사적 깊이는 일본의 계절을 상징하는 독특한 어휘로서 여전히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